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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회의주제 엄마들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주최자 김지영
일시 2020-09-07 09:30:00
장소 전북 완주군 용진읍 지암로 61 (운곡리, 완주군청) 카페 어울림
회의를 통해
나온 이야기
엄마의 일
이번 회의에는 4명의 엄마들이 모였습니다.
직장맘, 전업맘, 프리랜서 맘, 육아휴직맘, 창업 준비맘, 경력 단절맘, 공동체 활동 맘....
4명의 엄마들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양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냐에 따라 엄마들의 이름은 달라졌습니다.

엄마들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진에게 일이란.
나의 생계 유지를 위한 경제적인 수단일 뿐이었어요.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사고 싶은 걸 사고, 애들 가리키고 싶은 거 가리키는 경제적 자립의 의미였어요.
학교에서 배운 걸 토대로 중소기업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두어야 했어요.
다시 일을 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 워크넷, 구인 신문들을 뒤지면서 일을 찾았어요.
아이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었어요.
면접을 가면 아이 있느냐는 질문부터 받았어요.
아이때문에 일에 지장이 있으면 안된다는 엄포도 받았구요.
돌봄과 일을 병행할 수가 없어 짧게 근무 하는 일을 하다 보니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어요.
10년이 넘도록 같은 일을 했지만 경력으로 증명할 수가 없었어요.
작년에 일을 그만두고 아는 언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집에서 가깝고 서로 아는 처지라 근무 시간도 조정할 수 있어서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었어요.
작년부터 우리 지역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요즘은 처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우리 지역에서 일로 만들어 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불안도 있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내 힘으로 만들어 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어요.
100원을 번다해도, 보험료를 못 낸다 해도 행복해요.
돈에서 멀어졌지만 오히려 돈 걱정이 줄어들었어요.
전에는 사고 싶은 거 하려고 돈을 벌었다면
지금은 돈을 안벌어도 하고 싶은 걸 하니 너무 좋아요.
일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돈에서 자립하는 것이 아닌 나의 자립으로 마음이 달라졌어요.

-영에게 일이란.
부모님한테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면서 별 다른 생각없이 돈을 벌었어요.
일은 그냥 당연한거였어요.
초과 근무 등으로 몸은 힘들고 정신 없어도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면서 좋았어요.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하는 것이 버거웠어요.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라 당연히 들어오던 월급이 끊겼어요.
벌이가 줄어드는데 잘 살수 있을까 불안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래도 정규직이기에 다시 돌아갈 직장이 있고 또 벌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금까지 돈은 생각할필요없이 너무 당연한 것이었어요.
요즘은 조금 고민이 생겼어요.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면 노후가 보장되고 편안해요.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놓아야 할지도 몰라요.
일단은 휴직동안 내가 계획하고 바꿔가는 경험을 해보려해요.
우리지역으로 귀촌을 하면서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했어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여 서로 같이 일하는 방법도 찾아보려구요.
이 경험들이 지금의 일을 조금씩 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바꿔갈 수 있는 힘이 될 듯 해요.

-수에게 일이란
내게 일은 돈 벌이의 수단이었어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워크샵도 가고 했어요.
내 시간을 써야했기에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일이 아닌 느슨한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80프로만 벌자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단순하거나 일시적인 일들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당연히 경력으로 쌓이지 않았구요.
그렇게 20년 가까이 꿈을 쫒아 공부하고 꿈을 이루며 열정을 다해 일을 했지만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우리 지역으로 귀촌하면서 생각지 못한 일들이 생겼어요.
귀촌 전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내 일에 지치고 꼴도 보기 싫어지기도 했는데
우리 지역에서 내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즐겁고 내 일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내가 이렇게 내 일을 좋아했던 사람이었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어요.
일을 통해 내가 나를 다시 세운다는 느낌입니다.


-지에게 일이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었어요.
경제력을 잃고 보니 제가 엄청 무능한 사람이 되더라구요.
남편에게 모든 걸 의지해야 하는 처지는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부엌떼기로 전락해버린 느낌이었어요. 자존감은 나락으로 떨어지더라구요.
나도 돈 번다, 나도 일한다 큰소리 치고 싶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하면서 빨리 돈을 벌고 싶었어요.
일을 하는 여성들은 무조건 멋져보였어요.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묻고 다녔어요.
보험 영업, 방문 판매 같은 곳에도 쫒아 다녔어요.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돈이 될 것 같은 것을 배우러도 다녔어요.
월급으로 환산되는 일을 하면 나도 남편 못지않은 어엿한 사회인이 될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아이를 돌봐야 하는 제게는 일의 문턱이 높았어요.
한 순간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더라구요.
요즘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고 있어요.
돈으로 환산되는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돈으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래도 기왕이면 돈으로 좀 연결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도 좋겠다 싶어요.

우리는 엄마가 되어 온 힘을 쏟아가며 정성을 다해 아이를 돌보고 집을 돌보고 있지만
아무도 우리를 일하는 엄마로 보지 않습니다.
아이를 돌보고 집을 돌보는 일들은 가볍게 소소한 것들로 취급되고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엄마들에게도 집안일은 그리 달갑지 않은 편입니다.
빨리 해치워야 할 일, 즐겁지 않고 힘들기만 한 일들일때도 다반사입니다.
무한 반복되는 집안일들에 치이지 않기 위해 서둘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합니다.
집안 일은 아이를 키워내는 일이고 집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돈으로 연결되지 않다고 해서 홀대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도 이걸 잊고 집안 일이 아닌 바깥일만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먼저 내 일을 홀대하지 않기로 합니다.
집안일의 가치를 내가 먼저 존중해주기로 합니다.
일은 돈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리고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알기위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인지
나에 대한 질문이 먼저라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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